서아시아 세계의 형성
이슬람 세력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자 원래는 아리우스파 크리스트교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던 북아프리카와 지중해의 발칸 반도 일부는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이슬람 세계로 편입되었습니다. 이 때의 영향으로 지금도 이곳의 국가들은 이슬람교 국가로 남아있습니다. 또한 지금은 크리스트교 문화권인 이베리아 반도에도 이슬람 문화가 널리 전파되었습니다. 페르시아와 중앙아시아 역시 이 당시에 이슬람화되어 지금까지도 이슬람권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들 중 특히 주목할만한 곳은 과거 로마 제국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파르티아와 사산조 페르시아가 번영을 누린 아프가니스탄 지역이었습니다. 이 지역은 이슬람화가 진행되며 크게 번성해서, 아프간족은 10세기 이후 중앙아시아의 중심지를 차지하고 동남쪽으로는 펀자브 지방과 인도 북부로 진출했습니다. 이들은 더 나중에 티무르 제국과 무굴 제국을 세우며 서아시아와 인도를 지배하는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슬람의 분열
그러나 이렇게 급속하게 성장한 이슬람 세계는 이제 단일한 세력으로 존재하기에는 너무 큰 세계가 되었습니다. 무함마드 이후 네번째로 추대된 칼리프, 알리가 암살된 이후 이슬람 세계에는 알리를 포함해 추대되었던 네 명의 칼리프들만을 정통 후계자로 인정하는 소수의 시아파가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네번째 후계자인 알리의 후손들이 칼리프를 세습해야 한다는 나머지 절대 다수의 수니파와 경쟁하게 됩니다. 지금까지도 전세계 무슬림의 약 10% 정도를 차지하는 시아파와 90%이상을 차지하는 수니파의 대립은 국제정세의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편, 8세기 중반 무함마드의 가계를 이어받은 아바스 가문은 시아파의 이념을 이용해 피정복지에서 갈등을 일으켜 수니파인 우마이야 왕조를 무너뜨리고 아바스 왕조를 수립했습니다. 당시 우마이야 왕조는 1년 동안 칼리프가 네 번이나 바뀌고 부족 간의 갈등이 격화되는 등 극심한 정치적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아바스 왕조는 피정복지에 관용정책을 펴서 피정복민의 차별 정책을 철폐하고 그 지역의 종교와 문화를 인정하며 광범위한 제국을 통합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슬람 세계에서 부활한 오리엔트 문명
서로마가 멸망한 이후, 서유럽에 아직 로마의 유산이 자리잡기 이전의 중세 초기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서유럽의 혼란기와는 대조적으로 이슬람 세계에서는 고도의 문명이 발달했습니다. 문화와 예술을 장려한 칼리프들의 지원에 힘입어 서방의 헬레니즘 문명과 동방의 당 제국으로부터 중국 문명의 영향을 동시에 받은 아랍 문화가 탄생했습니다. 아바스 왕조는 신분과 민족에 관계없이 능력 본위의 인재선발 정책을 펴면서 관직이나 학계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가 진출했고 심지어는 무슬림이 아닌 이교도 출신이 요직에 등용되기도 했습니다. 아랍 문화는 이렇게 다양한 문화적 배경이 어우러지면서 세계문화적 성격을 갖게 되었습니다.
의학, 물리학, 천문학, 수학 등 현대과학의 기초가 되는 대부분의 자연과학 분야가 서유럽에서 발전하기 전 이미 아라비아 지역에서 먼저 큰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서방 세계에서는 이미 잊혀진 학문이었던,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은 오히려 오리엔트에서 계승되어 그리스어로 쓰여진 많은 저작들이 아랍어로 다시 쓰였습니다. 특히 알마문 칼리프 때에는 '지혜의 집' 으로 불리우는 '바이크 알히크마'라는 국립번역소가 설립되어 그리스어로 쓰여진 수많은 고전이 아랍어로 번역되었습니다. 이들이 이룬 학문적 성취는 이후 다시 유럽 세계로 흘러들어가 스콜라 철학, 더 훗날에는 르네상스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한편, 건축에 있어서는 아랍 특유의 아라베스크 양식과 모자이크가 유행하면서 비잔티움 제국으로 전래되기도 했습니다. 음악에서는 초기의 기타 형태인 류트가 에스파냐로 전례되어 오늘날의 스페인의 고전음악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아라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이슬람 세계는 동서양 문명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여 양 문명의 영향을 골고루 받은 동시에, 한편으로는 유럽 세계를 동서 양쪽으로 둘러싸고 있어 자신들의 문물을 양방향으로 유럽에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이슬람 세계는 결국 유럽 세계를 완전히 정복하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유럽 세계는 동서 양쪽으로부터의 이슬람의 침입을 막아내며 스스로의 정치적, 종교적 정체성을 보존한 채 아라비아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